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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피아노 만물이 깨기 전, 이 새벽 더없이 가을을 느낀다. 맞어! 봄, 그리고 여름의 새벽도 내겐 가을이었다. 가을엔 책 읽기에 너무나 좋은 계절이다. 성경을 펼치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아, 가을이구나. 가을에 즐겨 들었던 피아노가 있었지. 모리스 라벨의 Jeux d'eau(물의 희롱)이라는 곡이다. 마음을 추스르려 일기장을 잠시 펼쳤다. 여러분도 함께 이 곡을 들으며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 ↓ Jeux d'eau: 물의 희롱- 모리스 라벨 ( Performed by Jean-Yves Thibaudet) 난 피아노를 못 친다. 연주법을 배운 적이 없다. 악보도 못 읽는다. 하지만 피아노 곡을 즐겨 듣는다. 한때 평생을 들을 것 같았던 피아노 독주곡도 몇 있었다. 피아노 건반이 뿜어내는 가을소리가 지친 삶을.. 2024. 4. 4.
(75) 땡감 서양인들은 감을 신기해한다. 우리교회에 온 외국인연수생들에게 줘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열이면 열, 이게 뭐냐고 거듭 묻는다. 외국에는 감이 거의 자라지 않아 감을 본 적도, 맛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단것이 귀했던 옛날, 우리에게 감은 귀중한 과일이었다. 병충해가 있어도 나무가 튼튼히 자라는 감나무를 사랑해왔다. 익지 않아 단단하고 맛은 떫은 상태의 감을 땡감이라 부른다. 반면 색상이 홍(紅)이며 단맛인 감을 홍시라 부른다. 약간 손이 지저분해질 수 있지만 홍시의 맛은 굉장하다. 재작년이다. 강서 예배당의 할머니 집사 한 분이 냉장고에 얼려둔 홍시를 대심방 때 내놓으셨다. 홍시와는 또 다른 약간 들큼한 그 맛을 아직 잊을 수 없다. 또 있다. 감을 맛나게 먹는 또 다른 방법 말이다. 설익고 떫은 상태의.. 2024. 4. 3.
(74) 낫 벼리기 추수 때다. 익은 곡식을 거둘 그간 소망하던 때다. 신두리 사구에 여문 성락미(聖樂米)는 얼마나 알찰까? 높은 하늘이 황금 들판을 질시하겠지. 그래, 낫을 대자. 요즘이야 쌀을 낫으로 거두랴. 그래도 옴팡진 구석이나 논뙈기는 낫이 제격이다. 우리 낫이야 그리 크진 않다. 정겹다. 서양의 낫, 특히 양팔로 휘두르는 벌낫은 무서우리만치 크다. 신약성경에도 낫질이 나온다. 천국의 씨 뿌리는 비유(막4:9)에 나온다. 계시록에는 두 번의 낫질이 있다. “이한 낫을 가졌더라.”(계 14:11와 17) ‘이한 낫’은 한자로 ‘利한 낫’이다. 날카로운 낫이란 뜻.예리(銳利)하다 에서 온 말이다. 한 번은 곡식을 거둘 때 이한 낫을 휘둘렀다. 또 한 번은 포도송이를 거둘 때였다. 포도송이를 거둘 때의 낫은 큰 벌낫이 .. 2024. 4. 2.
(73) 잔뿌리 한번쯤은 봤을 법하다. 필자도 밥상 크기만한 애들 그림책에서 봤다. 구 소련의 옛 동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큰 무를 발견했다. 아무리 힘을 써도 뽑을 수가 없었다. 키우던 개를 부른다. 고양이도 부른다. 힘센 소도 불렀지만 큰 무가 꼼짝도 않는다. 늘 천대꾸러기이던 새앙 쥐가 지나간다. 힘이나 쓸까?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생각에 부탁해 본다. 쥐가 땅 속으로 들어가 잔뿌리를 모두 갉아 먹는다. 그러자 집채 만한 큰 무가 쉽게 빠졌다는 이야기다. 보잘것없는 잡초로부터 키 큰 나무에 이르기까지 뿌리가 생명의 끈이 다. 깊은 곳에서 빨아올린 물과 영양분을 100m 이상의 꼭대기에 있 는 잎까지 뿜어 올린다. 허니 뿌리가 잘 묻혀야 열매도 풍성하다. 성경 에도 씨 뿌리는 비유가 있지 않은가. 돌밭에 뿌려진.. 2024. 4. 1.
(72) 잉태 잉태(孕胎)를 한자로 보니 아이 밴 모습이다. 胎도 흡사하지만 孕가 무릎을 탁칠 만큼 딱 그렇다. 아이를 잉태한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상형문자 같다. 요즘은 잉태란 말 대신 임신을 많이 쓴다. 해산이란 말보다 출산이란 말을 더 쓴다. 시무언이 언급한 “잉태의 고통과 해산의 수고”는 임신의 고통과 출산의 수고로 봐도 된다. 성경은 말한다. 잉태하는 고통이 해산하는 수고보다 크다고. 창세기 3장 16절이다. “내가 네게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맞다. 자식을 낳는 것에 고통이 따른다는 것은 다 안다. 배 아프게 낳아야 하고 위험하면 배를 가르기도 하니깐. 반면 잉태는 아프기는커녕 5개월 이상 임신사실을 모르고 지내기도 한다. 그런데도 잉태의 고통이 있는 걸까? 잉.. 2024. 3. 31.
(71) 유산 유산(流産), 매우 안타까운 말이다. 유산을 깊이 숙고했던 경험이 있었다. 수 년 전, 기증받은 실제 인간의 몸을 프라스티네이션(plastination)이라는 고체화 기법을 이용해 인체표본을 만들어 관람하게 하는 전시회에 가봤다. 사실 가기가 싫었다. 자연스러운 것도 많은데 왜 징그럽고 괴상한 것을 보려할까였다. 하지만 막 신혼이었던 그때, 인체에 관심 많던 아내의 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물은 혈관 전신표본이었다. 인체에서 혈관만을 추출해 전신을 구성한 거다. 그때 나는 속으로 '약 십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혈관을 통해 내 몸에 필요한 영양을 골고루 주려면 한끼라도 제대로 식사해야겠구나.' 다짐하며 반성도 했다. 가장 충격적인 표본은 유산된 태아 표본이었다. “아!!” 라는 탄식.. 2024. 3. 30.
(70) 노룩 제일 작다. 예수께서 천국에 대한 비유로 드신 것 중에서 말이다. 바로 직전에 언급한 겨자씨보다도 더 작다. 곰팡이 곧 미생물이니 비교도 못하겠다. 누룩이란 술 만드는 효소를 갖고 있는 곰팡이다. 또 그 곰팡이를 곡류나 빵에 번식시켜 놓은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술을, 성경에서는 빵을 만드는 재료였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선 누룩을 rice-wine starter(막걸리를 만드는 첫 시동제)로 번역하고, 외국에선 yeast(효모 등)로 쓴다. 술이든 빵이든 음식 관련한 일들은 여자들이 주로 담당했다. 시집갈 때에 친정의 누룩을 가지고 갔다. 가져온 누룩을 조금 떼어 찐 콩에 버묻혀 음식을 만들거나 막걸리를 걸러내었다. 그러니 누룩은 후손에까지 대를 내려오는 훌륭한 자산이었다. 유대인들도 마찬가.. 2024. 3. 29.
(69) 치약 제목이 ‘바닥’도 괜찮겠다. 사물적으로 잡는 게 “시무언의 천지만물”이란 연재에 맞을 것 같지만. 모두 불타고 겨우 남은 찌꺼기인 ‘재’로 글 쓸까도 이전부터 했었다. 치약 이야기는 2005년에 처음 하셨다. 이때 시무언은 고 손기정 옹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언급했다. 좀처럼 성경 밖의 인물을 예화로 들지 않았지만 이날은 두 분이나 말씀했다. 성경에는 치약이 없다. 당시 사람들이 양치를 하긴 했을까? 팔레스타인 당시의 기록을 보면 치약의 대용으로 썼던 것이 있다.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께 드린 세 예물 중 하나인 몰약이 그거다. 충치 예방에 좋아 차(茶)를 달이는 방법으로 추출해 썼다 한다. 사랑에 관한 성경인 아가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齒)를 깨끗하게 목욕하고 나온 어린 양에 비유한다. 몰약으로 .. 2024. 3. 28.
(68) 가면 잠은 좋다. 헌데 두벌 잠은 싫다. 차라리 멍한 상태가 되더라도 깼다 다시 잠드는 것은 싫더라. 두벌 잠을 자지 않을 이때가 사실 기도하기 제일 좋기 때문이다. 영감을 얻기도 하고, 전날 밤 읽은 침대 맡 성경말씀이 쩌렁쩌렁 울리기도 하고…. 어제 밤엔 가면을 생각해봤다. 새벽에 들었다.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가면(假面), 거짓 假에 얼굴 面이다. 즉 가짜다. 얼굴을 가리는 것이 우선이다. 화장처럼 변장을 위해, 아니면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등. 이유는 많다. 몽산포 여름캠프 때 아프리카 아동돕기 캠페인을 했다. 물풍선이 시원하게 터지는 게임이었다. 쏟아지는 물살이 무서워 얼굴을 보호하려 녹색의 슈렉 가면을 쓰게 되더라. 인류의 조상들은 큰 짐승을 잡을 때 같은 동물의 .. 2024. 3. 27.
(67) 코파리 파리! 참 종류가 많네. 피를 빨아먹는 약간 큰 쇠파리. 한 번 물리면 계속 잠이 온다는 체제파리. 과일을 먹은 후 어김없이 나타나던 작은 초파리. 말이나 사람에 기생하여 자란다는 말파리 등등. 내가 아는 파리는 이 정도다. 헌데 시무언이 코파리에 대해 말했다. 처음 듣는 곤충이었다. 주로 코에 알을 슨다고 해서 코파리로 부른단다. “목회자가 되려고 하지 말라”는 심정으로 썼다는 『목사학』에서 언급하셨다. 맞다. 지난 호에도 기고한 것처럼 코파리는 양들을 괴롭히는 해충 중 하나다. 크기는 초파리만큼 작다. 양의 축축한 코 점막에 붙어 알을 낳는다. 3일 만에 애벌레가 된다. 콧구멍을 따라 뇌 속으로 들어가면 양은 갑자기 정신을 잃게 된다. 애벌레가 살 속으로 파고 들면 염증이 일어나고 고통이 따른다. 눈.. 2024. 3. 27.
(66) 옴 양에게 흔히 나타나는 피부병이 둘 있다. 둘 모두 증상이 특이한데 걸린 양들의 행동이 너무 괴팍하게 날뛴다. 그 중 하나가 이번 글의 제목인 옴이다. 옴은 전염병이다. 개선충(疥癬蟲)이라는 벌레가 피부에 기생하면 옴이 생긴다. 옴 개(疥) 자, 버짐과 종기 선(癬) 자다. 돋보기를 들이대면 겨우 찾을 수 있는 0.4mm의 작은 벌레다. 작지만 전염성은 대단하다. 환자를 만져도 쉽게 옮기진 않지만 양들의 경우엔 서로 얼굴을 비비는 것만으로 옮는다. 하도 잘 옮기기에 옴이라 하는 것 아닐까? 피부를 파고들면 우선 산란부터 한다. 일주일 만에 알에서 부화하고 일주일 만에 성충이 된다. 다시 피부 속에 굴을 짓고 산란하니 전염 속도가 폭발적이다. 주로 밤에 격심하게 가렵다. 이른바 “피를 봐야 끝”이다. 옴을 .. 2024. 3. 26.
(65) 잔(盞) 커피나 차 같은 음료를 담는 작은 그릇을 말한다. 원래는 손잡이와 받침이 있어야 잔(盞)이다. 위가 넓적하고 높이가 낮으면 대신 배(盃)란 말을 쓴다. 잔도 배도 뚜껑이 없다. 영어로는 둘 다 컵(cup)을 쓴다. 일상에선 잔보단 컵이란 말을 더 쓰는 듯하다. 우리 조상들은 신석기시대부터 토기 잔을 만들어 썼다고 한다. 고려청자나 조선백자가 그냥 뚝딱 된 기술이 아니다. 성경에도 잔 이야기가 나온다. 보통 세 가지를 기억한다. 다들 외우고 있는 시편 23편의 “내 잔이 넘치나이다.” 그리고 주 예수께서 제자들과의 하신 마지막 만찬 때의 잔. 이때 잔을 가져다가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가복음 14:24)고 하셨다. 그리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 “이 잔을 .. 2024. 3. 26.
(64) 유모 『인자와 여자』를 읽었다. 몇 번 읽고 나니 책 뒷표지 박스에 있는 유모(乳母)라는 단어가 유독 눈의 띈다. 책에는 모두 세 번 정도 나오는 것 같다. 『베뢰아원강』에는 나오지 않는다. 유모에 관해선 헌아예배(獻兒禮拜) 때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이 참에 유모를 생각해봤다. 한자로 보면 젖어멈이다. 낳아준 어머니를 대신해 젖을 먹여줬던 어머니다. 젖만한 게 있으랴! 하늘이 주신 최고의 음식이요 보약이다. 작금의 과학도 이를 보증한다. 하지만 유모는 젖만 준 것이 아니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까지 책임을 졌다. 그래서 유모를 두는 것은 왕실이나 귀족층의 특권이었다. 아이에겐 최초의 스승이었다. 조선왕실에서는 젖어멈의 성품을 그대로 담는다 여겼다. 임금의 유모를 대전유모(大殿乳母)라 칭하며 종1품으로 높이 .. 2024. 3. 25.
(63) 필레오 헬라어다. 사랑을 뜻한다. 이것 말고도 사랑을 뜻하는 단어가 많다. 아가페, 에로스, 에피튜미아, 스톨게 등등. 철학이 발달했던 헬라의 철학자들이 사랑을 임의로 세분했기 때문이다. 아가페는 무조건적 사랑. 에로스는 남녀간의 성적인 사랑. 에피튜미아는 정욕이나 욕심. 스톨게는 모성애 같은 본능적 사랑. 필레오는 조건적인 사랑 정도. 머리가 아프다. 오히려 구별하는 것이 더 어렵겠다. 그냥 우리나라 말처럼 사랑이라는 한 단어만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런 구별이 오히려 어리석은 변론만 낳는 것 같다. 사실 예수는 사랑을 구별하여 말씀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왜냐하면 예수 당시의 그 주변지역, 곧 팔레스타인 땅은 아람어를 썼기 때문이다. “달리다굼”이나 “에바다”가 아람어다. 아람어는 헬라어처럼 사랑을 구분.. 2024. 3. 25.
(62) 염소 현대인들에게는 양과 염소의 분별이 쉽지 않다. 마태복음 25장은 예수께서 다시 오시는 재림의 날을 기록한다. 이때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신다. 양과 염소를 분별하듯 사람들을 분별하신다. 양 같은 의인은 영생(永生)을 얻는다. 염소 같은 이들은 영벌(永罰)에 처한다. 무서운 말씀이다. 사뭇 양과 염소의 차이가 어떤지 궁금하다. 어릴 적 일(一)자 모양의 염소 눈이 꽤 무서웠다. 그 일(一)자도 쉬 볼 수 없는 굵은 네모 모양이었다. 염소는 한자로 산양(山羊)으로 쓴다. 외모가 양과 비슷하기 때문. 하지만 서로 종(種)이 다르다. 염색체의 수도 양은 54개, 염소는 60개다. 합방을 해도 새끼를 못 얻는다. 설령 교배가 되어도 태중에서 죽는다. 영국에서 몰래 실험도 했었지만 말이다. 이 둘의 차이는 뭘까.. 2024. 3. 24.
(61) 사해 바다 바다는 보통 3.7%의 소금을 갖고 있다. 이 정도 소금으로 바다를 깨끗하게 정화하고 각종 생물이 살기에 적당한 환경을 마련해준다. 이스라엘의 사해(死海)라는 바다는 소금의 비율이 늘 30% 이상이다. 그래서 물고기는 아예 없고 오히려 사람이 들어가면 붕 뜰 정도다. 이스라엘은 이런 독특한 환경을 관광자원 삼아 적잖은 외국인을 유치 하고 있다. 시무언에게 성령충만만큼 중요한 설교주제가 있을까? 이와 관련해 심심찮게 인용하는 구절이 구약성경의 에스겔 47장이다. 성전에서 발원된 조그마한 물이 점점 큰 강줄기를 이루며 온 사방을 비옥하게 한다는 내용. 여기에 아라바(Arabah)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사해 지역이다. 곧 성전의 물로 인해 황무지 같은 사해도 비옥한 땅으로 변한다는 예언적 메시지를 .. 2024. 3. 23.
(60) 개미 “포미!” 아이티(Haiti)에서 개미를 부르는 말이다. 대지진으로 22만 명의 난민이 생긴 그곳, 기억의 흔적은 “포미”란 단어와 함께 여전하다. 포미한테 너무 많이 뜯겼기 때문이다. 난민촌에서 눈치가 보여 가져간 텐트를 치지 못했다. 현지인과 함께 먹고 마시며 잠자는 현지화를 위해 냄새나고 지저분한 넝마 같은 천막에 지냈다. 뜬 눈으로 지샜던 밤이 지금은 추억이 된다. 개미만 아니라 “마이구미”라는 모기도 극성스러웠다. 아이티에선 모기 보단 개미가 더 무섭다. 성경에는 세 번 나온다. 구약, 그것도 잠언에만.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6:6)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신학교 시절 노신사이셨던 김인수 교수님이 생각난다. 그분의 강의는 거의 받아쓰기였다. 숙제도 ‘.. 2024. 3. 22.
(59) 연리지 연리지(連理枝)하면 고향 경주가 떠오른다. 남산은 최고의 놀이터였고 동네 친구들과 땅을 파면 드문드문 알갱이 보석들이 튀어 나왔었다. 그땐 연리지란 이름을 몰랐다. 뿌리 다른 두 나무의 가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그 아래 보석들을 숨기곤 했었다. 눈을 감으니 남산 마루금을 따라 조금 내려오는 갈래길 그 어디엔가 보석들이 날 꺼내주사 소리치는 듯 하다. 반가웠다. 울진 덕구온천 부근의 응봉산 기슭에서 연리지를 봤기 때문이다. 영성훈련 차 기도굴로 가는 길에 수십 명의 동료들이 함께 봤으니 이야기 꽃이 만발한다. 남산 연리지 밑에 묻었던 보석들이 생각나 나무 아래 제비붓꽃 보라색 땅을 파보고 싶더라. 그때의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연리지(連理枝)는 체질과 뿌리가 완전히 다른 두 나무의 나뭇가지가 서.. 2024. 3. 21.
(58) 누에 때가 있더라. 아주 긴 인생을 살진 않았지만 정말 그렇더라. 길게 살진 않았지만 목회자의 신분이라 그런 것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기다림의 참을성이 부족해 포기한 낙심의 그림자 때문일까? 성경을 펼쳤다. 전도서,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말년에 인생의 의미를 기록한 책이다. 가득하더라.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죽을 때가 있고 죽일 때가 있고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고…” 세 번째 장(章)에만도 31번이나 “때가 있다”고 말하더라. “어떤 씨는 삼 일, 또 어떤 것은 육 일이 그 때다.” 며칠 전 진행되었던 목회자성장대회 때 시무언이 하신 말씀이다. 씨를 뿌리면 싹이 올라야 그 때고, 태중의 아이는 태어나야 그 때다. 상추나 열무는 삼 일이면 싹이 올라온다. 병아리는 21일이면 알을 깬다. 오리는.. 2024. 3. 21.
(57) 거미줄 거미는 곤충이 아니다. 곤충의 특징인 날개와 더듬이가 없다. 다리도 여섯 개가 아닌 여덟 개다. 탈바꿈도 않는다. 그래서 절지(節肢)동물이라 부른다. 어찌되었던 징그러우니 벌레다. 성경에도 세 번 정도 등장하지만(욥기 8:14, 27:18, 이사야 59:5) 좋은 의미는 아니다. 시무언은 포도송이에 달린 거미줄을 설교하신 적 있다. 또 신학교에선 마귀의 올무와 같은 개념의 거미줄을 설교하셨다. 프리랜서 기자로 일할 때다. 인터뷰 후 관련 글을 기고하다가 거미의 건축술에 새삼 놀랐던 기억이 있다. 거미는 날마다 새집을 짓는다. 새 집을 지으려면 거미줄이 필요하다. 그래서 옛 집을 말끔히 먹어 치운다. 건축 폐기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양도 그날 그날 다르다. 심지어 색깔도. 건축속도도 빠르다. 키보드에.. 2024. 3. 20.
(56) 가시 “까시” 이렇게 된소리로 불러야 제 뜻이 느껴진다. 바늘처럼 뾰족하게 돋아 살갗을 깊숙이 파고든 그 느낌 말이다. 가시가 있는 곳이 많다. 쓰 임새도 다양하고. 털이 조직적으로 변화된 고슴도치의 가시. 목구멍에 팍 박히는 생선 가시. 38선 철조망의 가시도 있고, 가정 매서운 사람의 입 속에서 튀어나오는 ‘까시’도 있다. 성경에는 가시떨기, 가시나무, 가시면류관으로 등장한다. 떨기는 무더기를 말한다. 곧 가시나무의 한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더부룩하게 된 무더기가 가시떨기다. 하나님은 “가시떨기 나무 가운데 거하시던 자”로 자신을 표현했다(신명기 33:16). “가시떨기에 떨어진 말씀” 이란 비유도 있다(누가복음 8:14). 곧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도 세상 걱정과 재물과 현세의 쾌락에 눌려 제대..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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