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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물

(2) 요이 땅!

by cubby 202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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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가을 아침 안개가 자욱하면 초등학교 시절의 운동회가 생각나나요? 흰 실내화를 신고 달리기를 준비하는 우리, 그리고 붉은 깃발을 머리 위로 올리던 선생님. 그 입에서 요이라는 말이 떨어지면 설레이던 가슴을 더욱 조리며 긴장하게 되는 그 순간을 아직 기억합니다. 지금은 신호총으로 바뀌었겠지만 여전히 그때의 설렘과 긴장은 가을 운동회를 맞이할 우리 자녀들도 똑같겠지요?

 

제자 누가의 기록을 통해 예수가 마지막 남기신 분부는 모두 명령문이에요. 또 그가 하늘로 가시기 전의 분부이니 유언과 같이 간곡한 말씀이겠지요.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라.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입니다. 이 말씀은 곧 하나님 아버지께서 약속하시고 예수께서도 거듭하여 말씀하셨던 성령을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시무언은 생수의 강1집에서 여기서의 기다림은 편히 쉬면서 막연하게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전쟁터, 그곳으로의 출격 명령을 기다리는 군인처럼 완전무장하며 대기하고 있는 그때의 기다림이라고 합니다. 마음 조림이 머리 속 긴박감으로 바뀌며 신경이 곤두서 근육의 모든 세포들이 긴장하는 그런 요이 땅!”같은 순간 말이지요.

 

 

백 미터 달리기 경주에서 질주하는 사람처럼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고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같겠지요. 출발을 기다리는 선수가 옆 선수의 옷차림, 군중의 환호와 갈채, 만국기의 휘날림에 신경 쓸 여유가 있을까요?

 

조금이라도 신경을 놓치면 출발에서부터 밀립니다. 요즘 경주는 기록 경기여서 출발이 더욱 중요합니다. 출발이 잘못되면 전체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결국 승리를 할 수 없지요. 출발을 잘한 사람과 잘못한 사람의 차이는 상당하다고 합니다. 잘못된 출발을 하면 호흡장애를 일으켜 맥박이 불규칙해지고,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는데 불균형을 가져와 간혹 발을 헛디뎌 넘어지게도 한답니다. 숨 하나를 제대로 조절 못한 것 때문에 승자와 패자의 선이 갈라지지요. 성령을 기다릴 때의 자세는 바로 이와 같은 중요한 순간입니다.

 

총알의 탄피 속에 갇힌 화약은 자신에게 충격과 기폭을 안겨줄 공이의 신호를 기다립니다. 공이가 때리는 신호와 함께 화약이 폭할함과 동시에 총알도 튕겨져 나가듯, 선생님의 흰 깃발이 내리꽂혀짐과 동시에 온몸이 순식간에 튀어 나가듯, 온 정신을 거기에 집중시키며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경주자와 같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춘 것이 성령을 기다리는 자세입니다.

 

주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기다림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맥빠진 기다림이나 막연한 나자빠짐이 아닌 폭발과 솟구침을 위한 만반의 태세인 상태를 말하지요. 등불을 들고 신랑을 기다리던 열 처녀 가운데, 혹시라도 늦게 오실 지도 모르니 기름을 충분히 준비했던 다섯 처녀, 바로 이 다섯 처녀의 마음가짐이 주님이 말씀하시는 기다림이겠지요.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500여 명의 제자들 중 마가의 다락방에서 성령을 받은 이는 그 절반도 못 미치는 120여 명뿐이었습니다. 곧 네 명 중 한 명만이 예수의 기다림의 뜻을 아는 자들이었겠지요.

 

현재를 살지만 영원에 잇대어 사는 우리들의 신앙 생활은 어떠해야 할까요? 아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시작해야 합니다. 찬송을 하더라도 사모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고, 기도를 하더라도 힘쓰고 애쓰고 간절히 집중해야 합니다. 예배 시작 전에 미리 와 기도로 준비하는 심정이 바로 이 요이 땅!의 자세겠지요. 바칠 예물이 준비되고 봉헌할 새 영혼이 준비되고 내 마음과 뜻이 합당한 예배로 드려지도록 만반의 준비가 다 된 상태가 요이의 찰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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