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대추? 난 며느리에게 던져주는 대추가 그건 줄 알았다. 폐백상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첫 절 받은 다음 던져주는 그것. 자식 잘 나으라는 좋은 뜻 말이다. 며느리대추는 생김새나 크기가 일반의 것과 달리 작고 못생겼다. 마을 어귀나 산비탈에 열린다. 소위 자연산이다. 그런데 영양이나 맛에서는 훨씬 좋다. 그래서 경북 안동 근교에선 약대추라 부른다. 며느리를 싫어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을 은유해 며느리대추라 했단다.
또 다른 설명도 있다. 같은 맥락이다. 시무언의 설명이다. 알이 굵은 큰 대추를 씹으면 아싹 하고 큰 소리가 난다. 며느리는 이 큰 소리가 시어머니의 귀에 거스를세라 늘 작은 대추만을 입에 넣고 표 내지 않고 먹으려 했다. 이 때문에 조그마한 대추를 보고 며느리대추라 불렀다는 것이다. 오물오물하며 몰래 무언가를 먹는 것을 생각해보라. 수줍어하는 며느리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우리나라 사람은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 뭔가를 하고 싶지만 남 눈치 때문에 하지 않는다. 반대로 하기 싫지만 체면치레를 하려 속마음과 전혀 다른 행동도 한다. 경조사 때 이름가리를 위해 부주한다. 초등학교 촌지도 누군가 시작하면 좍 퍼진다. 비단 세상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교회 내에서도 그렇다. 총력전도기간에 양로원을 방문한다. 선물을 주고 전도대상자의 이름만 받아온다. 남이 얼마나 많이 전도했나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시무언은 이러한 양태를 유교 사상 때문이라 한다. 목이 아프거나 가래가 낀 것도 아닌데 헛기침한다. 이쑤시개를 쓰는 데 손으로 가리고 쓴다. 술을 마실 때 손으로 가릴 뿐 아니라 고개를 획 돌려 마신다. 다 유교 사상의 뿌리에서 나온 거다. 신앙생활에도 이 유교 사상이 잔뿌리를 내렸다. 기쁜 마음으로 찬송을 하고 싶다. 그러나 주위를 생각해 약하게 박수치고 작게 부른다. 기도한다. 마음의 원함과 달리 작은 목소리다. 옆 사람이 들을까 봐다. 심지어 방언 기도를 할 때에도 그렇다. 중얼중얼 할 뿐 맥없이 기도한다. 신앙생활에도 남을 의식하는 것이다. 결국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역사는 없다. “듣고 소동하여 다 놀라”는 역사는 없다(행2:6).
예수 믿는 자는 “조상의 유전한 망령된 행실을 벗어야” 한다(벧전1:18). 은근히 이어져 온 유교 사상의 잔재, 곧 한국 조상의 망령된 유전 때문에 성령의 일이 거부되는 것은 옳지 않다. 성령은 우리를 성령의 역사 속으로 몰아내신다. 그러나 이 “며느리대추” 때문에 성령을 거역하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성령의 역사가 속히 진행되지 않으니 얼마나 아쉬운가.
세상 관습이 신앙생활을 억압한다. 침례를 통해 과거를 완전히 장사지냈다. 또 성령으로 인격이 변화를 받아 성품 자체도 변화됐다. 그렇지 않다면 성령의 뜻대로 신앙생활하기 어렵다. 제일 잘하는 신앙생활은 세상의 분위기나 사회 현실에 휩쓸리지 않는다. 최고의 신앙생활은 이름가리나 체면치레가 아니다. 성령이 인도하시는 대로 순종하는 그거다.
예수는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사회적 분위기를 깨뜨려서라도. 성전에서 채찍을 휘둘렀다. 큰 소리를 질렀고 좌판을 엎었다(막11:15). 율법에 의하면 의당 불가촉(不可觸) 대상이었던 문둥병자. 그들을 감히 만지셨다(막1:41). 안식을 범하면서까지 병자를 고치셨다. 생명의 행렬을 멈추지 않으셨다(마12:13). 이러한 현실의 위반은 아들을 통해 보이신 하나님의 참 뜻이다. “때가 어느 땐 데… 분위기를 모르네”와 상관없다.
바디매오가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며 고함 친 것은 100데시벨이 족히 넘는다(막10:47). 요즘이면 잡혀간다. 대장군 나아만은 자기 명예와 위엄을 무릎 꿇게 하고 나아왔다(왕하5:11). 아이들이 예수께 나와 기도 받으려 했다. 제자들이 귀찮아 말릴 정도로(마19:14). 이 모든 이들 중 누가 “며느리대추”를 씹고 있나.
'천지만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개똥참외 (1) | 2024.02.26 |
---|---|
(20) 송아지 (1) | 2024.02.25 |
(18) 다람쥐와 도토리 (1) | 2024.02.24 |
(17) 쇠뜨기풀 (2) | 2024.02.24 |
(16) 유리와 종이 (0) | 2024.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