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송아지 이야기는 꽤 많다. 송아지를 잡아 번제나 서원제 등의 제사를 드리는 기사가 거의다. 금송아지를 숭배했던 기록도 기억난다(왕상12:28, 왕하10:29). 하늘 보좌 주위에 있는 네 생물들 중의 얼굴 중 하나가 송아지다(계4:7). 이사야서 11장은 다가올 평화로운 나라의 정경이다. 여기선 송아지와 사자가 함께 놀며 같은 풀을 먹는다. 무엇보다 가장 선명히 기억나는 송아지에 관한 기사는 말라기서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발하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4:2) 주목할 것은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다.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가 뭔가. 어떤 행동을 하기에 이런 표현을 했을까. 예레미야서 31장 18절을 본다. “멍에에 익숙지 못한 송아지처럼 징벌을 받았다”라는 말씀이 있다. “사람이 젊었을 때에 멍에를 메는 것이 좋은” 것처럼(애3:27), 어릴 적에 훈련을 받지 못하고 무한한 방종만 누린 자는 큰 인물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벌과 징계만 기다릴 뿐이다. 그러므로 소가 되기 전에 멍에를 먼저 올린다. 아니 멍에를 올리기 전에 먼저 코뚜레부터 뚫는다. 송아지 때에.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코뚜레로 노간주나무를 쓴다. 노간주의 잔가지를 치고 아궁이불에다 동그랗게 휘어 만든다. 어릴 적 송아지에게 코뚜레 꿰는 모습을 몇 번 봤다. 결정적 순간에는 고개를 돌리곤 했었지만… 내 몸에 굵은 주사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코뚜레는 꼭 필요하다. 그게 있어야 “이려”하며 움직일 수 있다. “워”하며 멈출 수도 있다. 코뚜레가 끼워져야 나중엔 멍에도 올릴 수 있다. 멍에를 올려야 일소로 길들여진다. 사실 평생을 옭아매던 코뚜레를 풀고 멍에를 내려줄 때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소의 삶을 다한 것이다. 죽음 앞에 베풀어주는 마지막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란 멍에를 아직 올리지 않은 소다. 코뚜레조차 뚫지 않은 아직 많이 어린 송아지다. 그 송아지가 어둡고 캄캄한 밤을 보내고 밝은 아침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두운 외양간에 있다. 주인이 풀어놓은 문짝을 통과해 밝은 햇볕 아래 왔으니 얼마나 좋아 날뛰고 이리저리 움직이겠는가. 시무언은 송아지가 뛰는 장면을 이렇게 설명한다. “초여름 배추가 통통하게 알을 배기 시작한다. 이때 배추의 뿌리를 건드리면 큰일이다. 그런데 가끔 철없는 송아지가 외양간을 뛰쳐나와 신이 나 들로 밭으로 마구 돌아다닌다. 그러다 배추밭으로 들어간다. 코뚜레도 없고 멍에도 없으니 송아지를 잡으러 사람이 함께 들어간다. 송아지는 더욱 날뛰고 배추 밭은 엉망이 되고 만다.”
이렇게 날뛰는 송아지,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는 풍성한 생명을 상징한다. 인자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자들은 외양간에서 나와 펄펄 뛰는 송아지처럼 풍성한 생명을 얻는다. 죽었던 나사로가 하나님의 영광을 받는다. 팔다리를 베로 동이었지만 무덤 나와 펄펄 뛴다(요11:44). 소경이 하나님의 영광을 받는다. 수십 년간 의지했던 겉옷을 내어버린다. 눈을 뜨고 껑충껑충 뛴다(막10:52).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어라”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가 받은 영광이다. 그러니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행3:8). 하나님의 영광 곧 의로운 해로 비췸을 얻은 사람은 풍성한 생명으로 인해 송아지같이 펄펄 뛴다는 약속이 말라기서의 말씀이다.
넷째 날 창조된 태양을 통해 첫째 날 창조된 빛을 본다. 이처럼 예수를 믿음으로 인해 영원 전부터 자존하시는 이의 영광을 볼 수 있다. 풍성한 생명을 얻으려면 인자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봐야 한다. 이제는 그 태양이 떠올라 온 천하에 내비취고 있다. 능력과 은혜가 보편성을 가지게 되었다. 누구나 은혜를 받으면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처럼 뛸 수 있다. 코뚜레도 없고 멍에도 없는 완전한 자유로서 말이다. “오 주의 영광 빛난 그 빛 내게 비춰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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