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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물

(16) 유리와 종이

by cubby 2024.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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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벽이 된다. 공간이 된다. 신축되는 건물의 로비 입구, 혹은 예술적 디자인으로 만드는 공간을 가보면 통유리 하나로 벽을 만드는 것을 쉬 본다. 아예 건물을 이룬 경우도 있다. 한참 공사 중일 때는 붉은 색으로 엑스(X)자 모양의 종이를 붙여 놓는다. 보기 싫게 왜 그랬을까 궁금했었다. 어쨌든 곧장 떼고 싶고 너저분해 보인다. 그런데 다 이유가 있었다. 그곳에 투명한 유리가 있다는 표시다. 행인이나 공사 인부들에게 조심하라는 경고 장치다.

 

수년 전 김포예배당이 신축되었다. 입당예배를 드리러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문 앞에 다시 큰 유리문이 있었다. 이걸 모르고 뛰어 들어가다 코를 다친 사람이 몇 되었다. 엑스 자 표시를 하거나 뭔가를 유리에 붙여놓지 않아 그런 사고가 생긴 것이다. 투명한 유리는 깨끗해 마치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이때 종이를 붙이면 공중에 종이가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공간전시를 전문적으로 하는 예술도 있다.

 

시무언은 “영(靈)은 유리와 같다”고 설명한다. 사람의 영은 마치 투명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와 같다. 그 위에 붙어 있는 종이는 사람의 혼(魂)과 육(肉)이다. 그러므로 영이 아닌 혼과 육체가 실상처럼 인식될 수 있다. 보이기 때문에. 영은 영원한 존재이나 혼은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 영원하지 않지만, 영원한 영에게 딱 붙게 되면 영원한 혼이 된다. 죽는 순간이 바로 이때다. 유한한 존재인 육체와 그 속에 있던 혼이 육체가 깨지면서 영원한 존재 영(靈)과 결합한다.

 

혼을 담고 있던 육체가 깨지고 영과 결합한 혼을 “영혼”(靈魂)이라 부른다. 살아 생전에 예수를 알고 믿었다면 영과 결합한 혼은 낙원으로 간다. 불신의 세월을 보냈다면 영과 결합한 혼은 귀신이 된다. 그리고 음부에 머물게 된다.

 

베뢰아는 영, 혼, 육을 구별한다. 그러면서도 셋의 유기적 상관성을 중요시한다. 구별하는 큰 이유는 사람은 영적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심판을 받는 것, 구원을 얻는 것, 신앙생활의 모든 것이 결국 영적인 것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축사를 통해 영적 세계를 분명히 체험할 수 있다. 영적 존재의 실상을 잘 아는 베뢰아에서는 ‘나=내 영혼’이라는 정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 곧 내 영혼이 여호와를 기다리며 내가 그 말씀을 바라는도다.”(시130:5)

 

그러므로 진정한 ‘나’는 거울에 비추어 진 ‘나’가 아니다. 땅으로 돌아가는 ‘나’가 참 ‘나’가 아니다. 육체의 죽음이란 껍질을 벗는 것이다. 껍질 속엔 영이 있다. 출생이란 죽음을 향해가는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다. 여정의 끝엔 또 다른 시작이 있다. 거울에 안 보이는 영혼이 ‘나’다. 말씀에만 보여지는 영혼이 ‘나’다. 거울에 보이는 육체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사모함을 가진다. 말씀으로 보이는 나 영혼은 하나님에 대한 그리움과 사모함을 가진다. 이 그리움과 사모함, 그리고 사랑과 충성이 바로 믿음이다.

 

짐승은 영이 없다. 곧 육체가 깨어짐과 동시에 혼적 기능도 사라진다. 영원한 존재가 아예 없으니 유한한 혼도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느끼기만 할 뿐 영원하지 않아 짐승의 혼을 각혼(覺魂)이라 부른다. 하지만 사람은 육체가 죽어도 영을 의지한다. 혼이 영과 결합하여 영원히 존재한다. 눈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투명한 유리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보이지만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 소중한가. 후자를 선택하는 요즘 사람이 많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받아보았으리라. 이 거창한 질문을 스스로도 해보았으리라. 이 답을 찾는 것이 뭇 인생이리라. 그러나 성경은 뭇 답이 아닌 정답을 소개한다.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신은 그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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