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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물

(60) 개미

by cubby 2024.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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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미!” 아이티(Haiti)에서 개미를 부르는 말이다. 대지진으로 22만 명의 난민이 생긴 그곳, 기억의 흔적은 “포미”란 단어와 함께 여전하다. 포미한테 너무 많이 뜯겼기 때문이다. 난민촌에서 눈치가 보여 가져간 텐트를 치지 못했다. 현지인과 함께 먹고 마시며 잠자는 현지화를 위해 냄새나고 지저분한 넝마 같은 천막에 지냈다. 뜬 눈으로 지샜던 밤이 지금은 추억이 된다. 개미만 아니라 “마이구미”라는 모기도 극성스러웠다. 아이티에선 모기

보단 개미가 더 무섭다.

 

 

성경에는 세 번 나온다. 구약, 그것도 잠언에만.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6:6)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신학교 시절 노신사이셨던 김인수 교수님이 생각난다. 그분의 강의는 거의 받아쓰기였다. 숙제도 ‘개미에게 배워라’를 백번 써오라는 거였다. 기말고사도 열 번 써라는 거였다. 그만큼 목회자는 평생 부지런해야 함을 강조하셨다.

 

 

이 세상에서 사는 것 가운데 가장 작지만 무척 영리한 것 넷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개미라고 잠언은 말한다(30:24). 지혜의 왕이 개미를 칭찬한 것을 보면 건축을 하며 개미를 유심히 본 듯 하다. 당시 힘없는 족속이었던 이스라엘을 그나마 하나님이 부여해주신 지혜로 겨우 이끌었던 솔로몬. 궁전 앞마당을 거니는 개미가 우두머리도 없이 감독도 지도자도 없이 여름에 양식을 장만하고 수확 철에 먹이를 모으는 것을 유심히 보았으리라. 이처럼 성경은 개미를 부지런함의 모델로 규정한다.

 

 

시무언의 설교에도 개미가 등장한다. 허나 부지런함에 관해 설교한 적이 없다. 인자와 인간의 차이에 관해 말씀하며, 그리고 창조주 하나님과 발명가 인간에 관해 설교하며 인간의 연약함과 철없음을 이야기했다. 한편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어떤 곳인가 설명하며 개미오줌을 이야기한 적도 있다.

 

 

시무언은 “인간, 별 것 없다. 인간은 죄악에서 태어났다. 인간은 개미처럼, 하나님이 보실 때에 얼마나 우습고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라 말씀한다. 개미처럼 이리저리 부지런히 움직이고 고도의 조직사회를 이뤄 위대한 업적을 많이 쌓는 것 같다. 허나 그런 사람들일수록 “스스로 영광을 받았다 생각한다. 스스로 아쉬운 것이 없다고 여긴다.”

 

 

사실 개미는 게으른 곤충이다. 하루 중 4시간만 일한다. 땅 위에서 보이는 그들은 늘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암컷인 병정개미와 일개미만 일할 뿐이다. 그나마 그들도 땅 속에서는 빈둥거리며 쉰다. 여왕개미는 출산이 전부다. 수개미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단지 하는 일이라곤 단 한번의 교미를 위해 날개를 퍼덕거리는 연습을 할 뿐이다.  

 

 

우두머리와 지도자도 있다. 여왕개미 말이다. 일개미보다 열 배인 약 10년을 더 산다. 그녀의 집에 있는 일개미는 모두 자식인 셈이다. 자신의 조직을 위해 전쟁을 벌여 다른 개미집단을 노예로 삼기도 한다. 개미가 부지런하게 보이는 것은 이러한 조직을 이루려는 군집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이러한 개미와 무슨 차이가 있겠나. 싸우고 지지고 볶고 세우고 무너뜨리고….

 

 

“우리 모두 어릴 적 신작로를 따라 개미들의 행렬을 유심히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무언은 말한다. 개미를 통해 인생이란 헛되고 허무함을, 인간이란 지극히 유약하고 쉽게 깨지는 존재임을. “그 길이 길고 꼬불꼬불 하여 따라가는 것만도 좋은 놀이였다. 헌데 집에 갈 때면 꼭 누군가 심술꾸러기가 나온다. 쓸어버리고 밟고 무너뜨리고. 수 만 마리가 한 순간에 다 죽어버린다. 누가복음 13장의 내용이 이것과 아주 똑같다.”

 

13장의 그 내용은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 18명이 죽은 사건과 빌라도에 의한 유대인의 대학살 사건을 말한다. 역사가 요세푸스에 의하면 학살로  2만 명이 죽었다 한다. “인생은 아무 것도 아니며, 인간이란 하나님 없이는 깨질 천한 그릇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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