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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물

(54) 연어

by cubby 2024.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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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무척 좋아한다. 아니 물과 관련된 것이라면 다 좋아한다. 어릴 적, 무더운 여름이면 내가 원래 누치나 밀어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물 속 모래에 몸을 파묻기도 했었다. 숨대롱을 달고 들어가 있으면 그리도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냥 물 속에 있는 것이 좋았다. 돌짝 틈새 집을 짓고 빠른 물살을 즐기는 꺽지 마냥 물 속 큰 바위 뒤 담집을 짓고 물결을 파고드는 햇살과 공기방울을 보노라면 외할머니의 품 같았다.

 

“연어는 물고기지만 머리가 똑똑합니다.” 연어는 삶 자체가 참 아름다운 고기다. 시무언이 연어에 관해 말씀하신 적이 많다. “반드시 돌아오는 연어입니다.” 회귀성 어류란 말이다. 태어난 모천(母川)의 물맛과 향을 추억하고 물 속 푸르름과 바위에 부서지는 방울의 신비로움을 곧이 기억한 채 치어들은 바다를 향한다.

 

약 5년간 돌아다니다가 빠르면 3년, 늦으면 6년 안에 대부분 돌아온다. 3~4센티미터의 치어가 적게는 40~50센티미터로, 크게는 70센티미터의 큰 고기로 자란다. 회귀성 어류의 특징이 큰 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바다를 경험하지 않은 녀석들은 몸덩이가 작다는 거다. 바다라는 큰 세계에서 다양한 양분을 섭취했고 거친 환경을 이겨내었기에 몸이 크다.

 

“돌아오지만 반드시 전부 죽습니다.” 그만큼 힘을 쏟아 고향을 찾고 힘을 다하고 죽기까지 산란한다. 같은 회귀성 어류이고 가까운 친척인 송어와 너무나도 다른 점이다. 송어는 산란 후에도 적잖은 수가 살아남아 강에서 여생을 보낸다. 그만큼 힘을 다 소진하지 않는 송어인 반면, 연어는 있는 힘을 다 소진하고 만다. 죽을 때까지….

 

연어가 돌아오는 길도 쉽지 않다. 알을 낳으려고 도착한 연어들은 거의 눈이 빠지고 머리가 깨지고 몸이 상해 있다. 하나님의 섭리로 보자면 희생, 곧 죽기 위해 돌아오는 연어다. 이 죽음의 길도 강 어귀를 지키는 사람과 동물 때문에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로 회귀하는 연어의 80%는 강원도 양양의 남대천으로 모인다. 유명한 축제지만 잡아 가져가는 프로그램 일색이다. 캐나다의 밴쿠버도 축제가 있지만 많이 잡진 않는다. 다만 폭포의 역류를 가르며 오르는 무수한 연어 떼의 회귀를 보여준다. 자연과 벌이는 연어의 사투, 그 일대기를 다룬다. 시무언이 감동받은 부분도 이거다.

 

아, 맞다. 집사람과 함께 연어와 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밴쿠버의 캐필라노강 주립공원의 직원으로부터다. 곰은 두 가지를 잘 안다는 것. 연어가 지쳐있다는 것과 하천에 지천에 널려 있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그래서 알이 들어 있는 아랫배를 주로 먹고 나머지를 버린다. 그러면 너구리 같은 작은 짐승들이 곰이 먹다 버린 연어를 먹는단다.

 

고향을 향한 죽음의 길이지만 사람과 동물들을 피해 온 힘을 모아 산란과 방정을 마치는 것이 연어 일생의 목표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하나님의 의도가 담겨 있다. 죽음은 생명과 그 끝이 닿아있다는 것. 부활처럼. 죽음 없이는 부활이 없으니, 죽음은 어찌 보면 매우 귀한 거다. 시무언은 이를 “매우 경쾌한 죽음” 혹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했다.

 

 

또한 시무언은 연어의 이런 일생을 빗대며 진리의 말씀을 듣고 떠나는 이들이 있어도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고의 설교를 듣고 나가더라도 어느 때인가 성경을 많이 읽고 설교를 들을 줄 아는 성장한 때가 되면 되돌아 올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설교에선 하나님이 연어에게 이런 회귀본능의 유전자, 희생과 죽음의 유전자를 심어준 것처럼, 사람에게도 영의

유전자와 육의 유전자가 있다고 했다. 곧 영의 본능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영원히 하나님과 살려는 것이요, 육의 본능은

정욕으로 영적인 일을 거역하며 살려 한다는 것. 허니 이 곤고한 사람을 누가 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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