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은 굴려줘야 부화된다. 잘 굴려야 어미 품 온도와 주위 습도가 이곳 저곳 잘 스며든다. 21일이 걸린다는 것은 많이 들어왔다. 계란에 미세한 금이 있으면 죽어버린다는 것도 들었었다. 눈엔 결코 보이지 않는 그 틈새로 세균과 오염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멀건 물이 병아리가 된다. 계란을 프라이팬에 풀어놓으면 노른자와 멀건 물 뿐이다. 생명은 보이지 않고… 요리를 해야만 흰자위와 노른자가 적당히 제 색깔을 찾는다. 멀겋고 끈적끈적한 물이 흰자위다. 맛은 싱겁다. 욥기에도 “닭의 알 흰자위가 맛이 있겠느냐”(6:6)는 말이 있다.
노른자가 병아리가 되는 줄 아는 이들이 적잖다. 갓 태어난 병아리의 털이 노랗기 때문이리라. 부화될 즈음이면 노른자가 병아리의 몸 속으로 완전히 들어간다. 부화 후 72시간 동안 노른자는 병아리의 영양분이 된다. 그러니 멀건 흰자위가 뼈가 되고 살이 되어 병아리가 되는 거다.
토요새벽 집회는 본 기고의 ‘깊음의 샘’이다. 설교자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니 좌중의 성도들에게도 깊은 은혜가 된다. 원만한 이해의 부요가 풍성한 말씀. 그 말씀과 함께 핀셋처럼 뽑아주는 예화는 훌륭한 설교거리다. 지난주엔 껍질을 붙여가지고 태어난 병아리를 말씀하셨다.
“껍질이 깨지지 않으면 그 안에서 병아리가 되어도 나오지 못한다. 나올 때 손톱 절반만한 계란 껍질이 몸에 붙어가지고 나오는 병아리는 죽는다. 일주일 이내에 모두 죽는다. 살아남은 병아리가 없다. 작은 껍질 하나 붙은 것 때문에 죽는다.”
이는 습도 때문이다. 21일이 되면 껍질에 소리가 들린다. 계란 속 병아리가 파란치(破卵齒: 부리 위에 달린 뿔 모양의 이빨로 부화 후에는 자동으로 떨어진다)로 껍질을 깬다. 몸을 돌리며 보통 두 조각으로 둥글게 깬다. 그 동안 습도가 부족하면 껍질이 털에 붙고 만다. 계란 속 습도가 부족했으니 부화해도 완전한 병아리가 아니어서 결국 죽고 만다. 온수로 그 병아리의 털에 붙은 조그마한 껍질을 살며시 떼주어도 죽는다.
사람의 육신은 계란껍질과 같다. 계란껍질이 완전히 깨어지고 조금이라도 털에 껍질이 없어야 살 수 있듯 육신이 완전히 깨지지 않는 한 속사람에겐 변화가 없다. 완전히 깨지는 것은 영으로 낳았다는 말이요, 위에서 났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 영혼엔 결코 거듭남이 없다.
거듭남은 인간성이 변한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의 변화다. 성격이나 인품이 아닌 본질 자체의 변화다. 껍질인 겉사람의 변화와는 상관없는 속사람의 변화다. 옛사람의 껍질이 죽고 완전한 새사람이 영원히 탄생되는 것이다. 껍질을 깨고 어미를 보는 것처럼 육신을 완전히 벗는 거듭남이 있어야 아버지 하나님을 뵙는다.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시는 것은 사람의 영혼이다. 하나님이 사랑하신 것은 육체가 아니요 영혼이다. 예수는 자기 목숨으로 사랑을 주셨다. 백년 정도만 존속하고 썩어질 ‘껍질’을 위함이 아니요 영원할 영혼을 위함이다. 시무언은 “육체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짐승을 불쌍히 여기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육체는 계란껍질처럼 지극히 연약하다. 육체는 영혼을 감싸고 있는 껍질이다. 한번 깨져버리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존재다. 껍질 속에 있을 때 잘 해야 한다. 육체는 영혼이 회개와 거듭남을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니 유일한 기회다.
허니 우리 살 동안 자기 영혼을 어찌 지키느냐가 중요하다. 육체를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중요하다. 병아리가 될 때까지는 껍질이 중요하지만 다 되면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손톱만한 껍질도 병아리에게 붙어 있으면 안 된다. 완전히 거듭나야 한다. 세상의 염려와 재리의 유혹, 일락의 기운과 기타 ‘껍질’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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