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코파리
파리! 참 종류가 많네. 피를 빨아먹는 약간 큰 쇠파리. 한 번 물리면 계속 잠이 온다는 체제파리. 과일을 먹은 후 어김없이 나타나던 작은 초파리. 말이나 사람에 기생하여 자란다는 말파리 등등. 내가 아는 파리는 이 정도다. 헌데 시무언이 코파리에 대해 말했다. 처음 듣는 곤충이었다. 주로 코에 알을 슨다고 해서 코파리로 부른단다.
“목회자가 되려고 하지 말라”는 심정으로 썼다는 『목사학』에서 언급하셨다. 맞다. 지난 호에도 기고한 것처럼 코파리는 양들을 괴롭히는 해충 중 하나다. 크기는 초파리만큼 작다. 양의 축축한 코 점막에 붙어 알을 낳는다. 3일 만에 애벌레가 된다. 콧구멍을 따라 뇌 속으로 들어가면 양은 갑자기 정신을 잃게 된다.
애벌레가 살 속으로 파고 들면 염증이 일어나고 고통이 따른다. 눈 부근이면 눈을 멀게끔 한다. 코파리에 따른 고통이 어찌나 아파하던지, 시무언은 이렇게 표현했다. “극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면 바위나 나무에 머리를 처박는다. 아니면 가시덤불 속으로 비비고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해 죽고 만다.”
코파리! 작지만 치명적이다. “양에게 있어서 코파리는 원수 중의 원수다.” 하찮은 코파리가 얼마나 충격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모른다. 양들도 코파리의 두려움을 안다. 코 속으로 파고드니 숨을 쉬기가 불편하겠지만, 이런 치명적 결과를 아는 듯 코파리가 들러붙으면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날뛴다. 다른 양들도 불안하여 몰려다닌다.
때문에 성실한 목자는 코파리를 없애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 수고란 다른 방법이 없다. 단지 방충제 같은 기름을 발라주는 것이다. 올리브유나 아마유, 그리고 타르와 유황을 섞으면 코파리를 물리치는 기름이 된다. 어찌나 흠뻑 발라주는 지, 머리 감고 닦지 않은 듯 머리털과 얼굴, 코에 기름이 ‘충만하도록’ 바른다.
재미있는 것은 머리에 기름을 바른 양들은 무척 평안해 한다는 것. 코파리가 윙윙거리며 귀찮게 굴어도 피하지 않고 불안해 하지 않는다. 일단 쉬가 슬었던 양이라도 타르와 유황 덕분에 안심한다. 이처럼 기름을 ‘충만하게’ 바른 양들은 평안하다. 목자의 사랑과 인자를 느끼며 안식을 누린다.
이제 중요한 것은 코파리에 대한 해석이다. 우선 시무언의 코파리를 이렇게 나눌 수 있더라. 코 속에 파고든 코파리, 알에서 깨어나 살 속에 파고든 코파리, 뇌 속에까지 도달한 코파리로 말이다. 이를 달리 적용하면 예수의 사역을 방해했던 유대인 그룹, 예수를 팔게 된 가룟 유다, 그리고 미혹의 영 같은 악령들로 분류할 수 있다. 곧 직접적인 사역을 방해한 유대인 그룹, 가룟 유다처럼 사랑을 받았던 이가 변질되어 배신한 경우, 또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영적으로 타락시키는 악령의 경우가 있다.
“예수는 장로들, 제사장들, 바리새인들, 그리고 서기관들을 코파리처럼 여겼다.” 이들은 코 속에 파고든 코파리처럼 신령한 호흡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또 “가룟 유다는 목자의 지극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코파리의 유충이 부화하여 몸 속에 파고든 것과 같다.” 이들 모두는 예수 당시의 그 지역에서 눈에 보이게 예수의 사역을 직접 방해한 자들이다.
또 눈에 보이지 않게 역사하는 코파리도 있다. 혼돈을 가져오고, 혼미한 영적 생활을 유도하는 악령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양의 뇌 속으로 파고든 코파리다. 구약의 열왕기하에 등장하는 바알세붑의 유혹처럼(1:1~3) 속임과 유혹을 꾀하는 악한 영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선지자를 꾀이고 거짓말하게 하는 영(왕상 22:22), 유혹을 택하게 하거나(사 66:4) 거짓 것을 믿게 하는 미혹하는 영(살후 2:12)과 미혹의 영(롬 1:28)이 그들이다.
우선 목자장 하나님께서 어린양이신 예수에게 기름을 부으셨다. 목자이신 예수께서도 그의 양인 제자들에게 성령으로 기름을 부으셨다. 그러므로 목자가 된 목사나 평신도 목사인 목양사가 부지런히 수고해야 할 일은 맡겨진 양들을 성령 충만하게 하는 것이다.
참조: 2007.07.설교, 『목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