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옴
양에게 흔히 나타나는 피부병이 둘 있다. 둘 모두 증상이 특이한데 걸린 양들의 행동이 너무 괴팍하게 날뛴다. 그 중 하나가 이번 글의 제목인 옴이다. 옴은 전염병이다. 개선충(疥癬蟲)이라는 벌레가 피부에 기생하면 옴이 생긴다. 옴 개(疥) 자, 버짐과 종기 선(癬) 자다. 돋보기를 들이대면 겨우 찾을 수 있는 0.4mm의 작은 벌레다.
작지만 전염성은 대단하다. 환자를 만져도 쉽게 옮기진 않지만 양들의 경우엔 서로 얼굴을 비비는 것만으로 옮는다. 하도 잘 옮기기에 옴이라 하는 것 아닐까? 피부를 파고들면 우선 산란부터 한다. 일주일 만에 알에서 부화하고 일주일 만에 성충이 된다. 다시 피부 속에 굴을 짓고 산란하니 전염 속도가 폭발적이다. 주로 밤에 격심하게 가렵다. 이른바 “피를 봐야 끝”이다. 옴을 영어로는 ‘가려움’의 뜻인 itch를 쓰니 오죽하겠나.
성경에도 옴이 나온다. 레위기 13장에는 문둥병과 옴에 대한 규례와 진단법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진단법이 굉장히 자세하다는 것. “노랗고 가는 털이 있으면 이는 옴이라”는 대목이 있다. 또 “검은털이 있고 피부가 우묵하지 아니하면 이는 정하다(옴이 아니라) 진단할 것이요”라고 한다. 함부로 대충 진단을 내려서는 인생 자체가 큰 나락으로 떨어지니 자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 믿는 자가 회개할 때 우리 죄를 이처럼 면밀하고 자세히 살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레위기 13장은 옴을 “머리나 수염에 발한 문둥병”으로 정의한다. 곧 피부나 털에 생기는 문둥병으로 역시 죄와 부정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전염성이 컸기에 일주일 간 반드시 격리할 것을 제사장에게 지시한다. 사람도 이러할진대 양은 더 심했을 것이다. 양 한 마리에서 시작된 옴은 삽시간에 퍼져 재산상의 큰 손실을 가져왔었다. 그러니 주인이라면 부지런히, 그것도 속히 수고해야 했다.
시무언은 교회 안에도 옴이 있다고 했다. 옴의 가려움보다도 옴의 폭발적인 전염속도를 경계한다. “옴과 같은 더러운 유행병이 들어오면 삽시간에 온 교회를 삼킨다. 새벽기도를 하지 않는 습관은 갑자기 온 교회로 퍼지게 된다. 세상의 문화에 즐거움을 느끼는 미세한 유혹은 갑자기 교회 전체로 번진다.”
하지만 시무언이 가장 우려하는 교회 안의 옴은 돈 거래다. 교회 안에 은밀히 들어온 장사꾼 성도로 말미암아 온 교회가 이익의 늪에 빠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기도모임을 하면서 나중에는 상품을 파는 다단계판매에 치중하는 교역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교역자부터 시작된 이 옴은 성도들에게도 필히 옮겨 붙는다.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으니깐…. 결국 경제적인 피해만 아니라 교회도 문을 닫게 된다.
교회는 시장이 아니다.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더욱 아니다. 교회는 성령으로 기름 부음이 충만한 곳이다. 목회자가 우선 이러한 옴에 대해 경계하지 않으면 큰일이다. 성도들의 죽어 가는 것을 바라만 보거나 못 본 체 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모든 것은 시간이나 환경에 맡기더라도 ‘돈 거래’라는 옴에 관해서는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적절하게 기름을 발라 옴이 들끓지 못하게 해야 한다.
최근에는 사업의 몇 프로를 교회를 위해 헌신하겠다거나, NGO를 위해 약정하겠다며 헌금이나 기금을 사업에 끌어들이려는 사람도 있다. 시무언은 “특별히 이익을 목사에게 배당해 준다 해도 속지 말라.”고 했다. 이러한 유혹은 높은 성벽 위에서 뛰어내리라는 마귀의 속임수(마태복음 4:6)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교인들 사이의 물질 거래를 막아야한다. 그것은 일만 가지 악을 발생시킨다. 이것이 옴이다.”
양을 키우는 목자는 옴이 들끓지 않도록 연약한 피부에 자주 기름을 발랐다. 성도에게 꼴을 먹이는 목회자는 허리가 쭈그러들기까지 기도하는 것이 기름을 바르는 그것이리라.
참조: 2006.09.설교, 『목사학』